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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의 충고
관리자 조회수:330 121.180.142.174
2008-01-21 11:51:00

내 아버지의 충고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TV를 보다가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꿈에서 내 아버지를 만났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애써 아픔을 감추고 계셨다.

문득 아버지를 보니

얼굴빛이 편해보이지 않는다.

난 너무나 슬펐다.

울면서 후회하면서 나는 숲길을 헤치고

들꽃을 가로질러 아버지를 찾아 달려갔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으로

오열을 하다 잠에서 깨어났다.

지금도 목까지 꺼이꺼이 올라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을려니

목구멍이 아파온다.

내가 아직 철이 덜들던 사회 초년생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애써 변명하자면 효도 한번 해 볼

기회도 주지않고 돌아가신 것이다.

어느새 15여년이 되어 오나 보다.

밤새 꺼놨던 핸드폰을 켜니

메세지가 들어온다.

9시45분에 들어와있던 메세지가 내가 현실로

돌아와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우리집엔 아이가 넷이다.

6학년 딸아이, 4학년 아들녀석,

그리고 철이 있다가도 없는

팔십을 바라보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그래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우리집이다.

작년 12월... 갑자기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평택에 계시다 올라오시게됐다.

어머니가 중풍을 앓은지 12년째...

그럭저럭 맑은공기 쐬이시면서

지팡이에 의지해 두분이

시골생활을 하시다 다시 중풍이 더한 것이다.

이번엔 아예 한쪽팔과 하체를 못 움직이신다.

"여보, 난 절대 못 모셔"

보다시피 몸도 약하고, 또 나는

장남 며느리도 아니잖아...

형님네가 알아서 모시라고 그래...

결국 형제들이 요양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난 잠깐 생각을 해봤다.

저러다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쩌나,

우리 남편 마음이 얼마나

뼈에 사무치도록 아플까

자식인데 장남, 차남이 어디 있어...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 아직은

정신도 멀쩡하신데 요양원에 모시면

마음의 병이 깊어지지 싶었다.

난 나중에 분명 후회할거란

마음의 갈등이 일면서 모시기로 결정을 했다.

어찌보면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계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니, 그렇게 몰아치던

폭풍이 멈추고 온 집안이 평안해진다.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수씨 힘들지요,

동서 힘들지 따뜻한 인사말 한마디

받아보지 못했지만 그 서운한 감정 또한

내가 포용해 버리고 나니,

남들이 볼땐 그저 평범한

기본이 된 집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손목이 시리고 아파서 파스로

도배를 하고서도 참자, 참아보자, 하니

그또한 조금씩 참을 만 해진다.

베란다 너머 창문에는 밤새 내린비가

황사먼지로 뿌옇게 얼룩진

유리창을 말끔하게 만들어 놨다.

이렇게 흐리고 비오는 날엔

내 아버지가 더많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작은 들꽃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평생을 농사일에 매달리셨던 시간만큼이나

겉모습은 강직 하셨지만,

속내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워

하늘이 시샘하여 일찍 모셔갔다고들

할만큼이나 늘 자연을 닯아 계신 아버지셨다.

착하디 착하셨던 내 아버지...

지금까지도 딸 걱정이 많으신가보다.

"시어른들 잘 모셔드려라, 후회하지 않게"

나중에 딸이 후회하고 가슴 아파할까봐

걱정이되어 꿈속에 나타나

메세지를 전하시려 하셨나보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이리도

내 마음을 저리게 하시나요.

내 아버지에 대한 슬픔과,

감당하기 힘들만큼 시어른에 대한 미안함과

죄송함이 교차되어 무지무지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 이젠 걱정 그만하세요.

아주 잘은 못해드리 더라도 최선을 다해볼께요.

어머니 머리를 잘라드릴 때나,

목욕을 시켜드릴 때에도 좀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대해 드릴께요.

그러니 아버지 다음번엔 웃는 모습으로

꿈에서 다시 만나뵈요.

예전엔 늘상 하회탈처럼

웃으시던 아버지셨잖아오...

저 또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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